소설 속 엑스트라 가이드에 빙의한 서주원은 몹시 당황하고 현실을 부정하지만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왕 그렇게 된 거 주인공 한지혁의 5년 뒤 인생에 일어날 비극을 막아보고자 결심한다.
천신만고 끝에 주인공의 전담 가이드가 되는 데 성공한 그는 이대로 주인공을 잘 보듬고 있다가 원작 여주에게 다리를 놓아줄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역할도 끝이란 생각에 그때는 신물 나는 가이드 일도 때려치우고 새로 얻은 인생을 즐겨 보겠다 포부가 크지만 왠지 쉽게 될 것 같지 않다.
***
“형은 참 다정한 사람이야.”
최애에게서 이런 소릴 듣다니 이것 참 뿌듯하군. 나는 어깨를 뽐내듯 치켜들었다.
“너한테만 그래.”
지혁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전혀 그럴 줄 몰랐다는 듯 의아스러운 표정이었다.
“…나한테만?”
“당연하지.”
“나는 왜 예외야?”
“그건.”
지혁의 시선이 내 입술 위에 온전히 모였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말인데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려니 왠지 민망해서 한 뜸 쉬고 말았다. 나는 가볍게 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아마 네가 날 향하는 마음과 같지 않을까?”
나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뢰, 내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신 분노하던 모습,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해진 사소하고 달콤한 배려들. 내가 한 일에 비하면 넘치는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너를 떠날 그날까지 네가 준 소중한 신뢰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한지혁은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가 이내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접으며 환히 웃었다. 빛이 산란하듯 눈부신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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