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관계

속된 관계 완결

“나는 주제 파악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제 파악이라.
붉은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말이 너무도 예리해 가슴이 욱신거렸다.
당연한 줄은 알았지만 일말의 감정 따위 없다고 확답을 받은 셈이니 말이다.

“서재이 씨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고. 얼굴 반반하고. 몸매도 그 정도면 뭐 봐줄 만해서.”

예리한 눈빛이 얼굴을 샅샅이 뜯어 보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퍽 농도 짙은 눈빛에 재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거기다 감정 컨트롤 잘하고 고아에 딸린 식구 하나 없는 것까지 내가 원하던 기준의 사람이거든 서재이 씨가.”

혀끝에 칼날이 달렸다.
그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에 심장이 난도질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리하게 베어 상처가 나 욱신욱신 통증을 동반해 고통스러웠다.
어쩜 저렇게 아픈 곳만 정확하게 찔러 댈까.

“대답이 됐습니까.”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으니까.
아닐 거라고 확신하면서도 그 이면엔 저에게 조금의 감정이라도 있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결혼 기간이 끝나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보상할 겁니다.”
“그게 다인가요?”

가만히 얘기를 듣던 재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가 더 있어야 하나.”
“부부관계요.”
“벗어 봐요.”
“네?”
“지금은 아무런 감흥이 없어서.”

오만한 시선이 그의 몸 가운데 잠잠한 다리 사이에 앉았다.
이를 좇아 따라가던 재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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