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배에서 나온 줄도 모르는 천한 것을 시집까지 보내 주면 황송한 줄 알아야지.”첩실의 딸이라는 이유로 스무 해가 되도록 온갖 핍박에 시달리며 살아온 동려국의 은효.오랑캐의 왕한테 팔려 가는 순간, 제 인생에서 희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누구와 혼인하든 나락인 건 마찬가지야. 이 집안보다는 낫겠지.”그렇게 마주한, 호야국의 젊은 왕 백야.“혼인하면 굶기거나, 때리거나, 고방에 가두실 건가요?”“……아니다.”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머리카락, 수려한 외모와 건장한 체구, 기품 있는 말투와 행동까지.범의 후손들의 왕이라더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내 아내로서 아이를 낳는 의무만 다해 다오. 그러면 네가 원하는 자유를 주겠다.”팔려 온 신분도 없애 주고, 자유롭게 살게 해 준다는 백야의 말에 은효는 눈이 반짝였다.하지만 문제가 있었다.“호왕, 아이는 어찌하면 가질 수 있습니까?”말간 얼굴로 천진하게 묻는 은효의 모습에, 백야는 할 말을 잊었다.“……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입을 맞추며 아주 야한 짓을 많이 해야지.”“아, 그렇군요.”물고기도 살지 않는 맑은 강물 같은 여인.화사한 미소에 기어이 백야는 매료당해 버렸다.내가 너를 놓아줄 수 있을까.백야는 은효의 고운 자태와 향기에 취해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일러스트 By 몬스테라(@healthyMonstera)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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