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에 지칠 때 새벽은 늘 옥담의 인적 드문 작은 숲을 찾았다.그리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 남자, 휘문에게 운명을 느낀다.“내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 아니라서 지금 퍽 불순한 생각이 드는데. 제대로 이해한 것 맞습니까?”속삭이듯, 그러나 소름이 돋을 만큼 낮고 짙은 음성에 고여 있던 침이 꿀꺽 삼켜졌다.심장이 터질 듯 거세게 박동했다.새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음울하게 뱉어진 어투에 새벽은 한참이나 달싹이던 입술을 겨우 떼어 냈다.“무서운 건 핑계고, 불순한 짓…… 하고 싶어요.”그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꿈만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손꼽아 기다리던 휘문과 다시 만나기로 한 하루 전날.새벽은 친구 진호의 부탁으로 그와 애인인 척, 그의 할아버지 졸수연에 참석하고.그곳에서 진호의 형을 보게 되는데…….“형? 형이 있었어?”“응. 계속 외국에 있다가 완전히 들어온 건 얼마 안 됐어.”뒤돌아 서 있는 그의 형에게 다가가 친밀하게 팔을 쓸어내리는 여자가 보였다.“누군데?”“형 애인.”“둘이 오래 사귀었나 봐.”“응. 곧 약혼할 거야. 형한테 먼저 인사하러 갈까?”새벽은 휘문과 다시 우연히 재회했다.“여긴 나랑 사귀고 있는 도새벽. 여긴 우리 형, 권휘문.”서로의 연인을 옆에 둔 채로.그것도 그의 동생의 애인과, 애인의 형으로.운명이 아니라…… 악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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