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더 트리거(Pull the trigger)

풀 더 트리거(Pull the trigger) 완결

어느 날 첫사랑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깊은 배신감에 괴로워하던 라온은
그를 잊으려 노력하고,
능력을 살려 국정원에 입사한다.

그리고 2년 뒤.
그 남자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백시헌이 아닌 코드네임 ‘녹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 연아.”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선배가 알던 유사연은 이제 없습니다.”

팀장과 부하.
수직적이고 공적인 관계만 유지하면 될 일이었다.
더 이상 남아 있는 감정 따위는 없다고 스스로를 옥죄였다.

하지만 유라온은 알고 있었다.
그에게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옛날 생각난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그땐 순진했죠. 어렸고. 지금은 많은 게 변했지만.”
“여전히 예뻐.”
“…….”
“적어도 그 점은 변하지 않았나 보네.”

얇은 쌍꺼풀 아래의 속눈썹과
매끄러운 뺨을 지나 남자다운 턱까지.
시선이 사선으로 떨어졌다.
마침내 입술에 눈길이 닿은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감지한 심장이 눈치도 없이 쿵쾅거렸다.

아, 이 남자. 여우인 척하는 늑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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