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는 언제나 시린 기억을 머금고 와 흩뿌렸다.그날도 비가 내렸다. 살결이 젖는 듯한 무형의 감각에 눈이 뜨였다.심장이 선득하게 내려앉는다.“지우고 싶은 기억 같은 거 없다는 말… 거짓말 같던데요.”“티 났어요?”“속아줬어야 했나.”또르르. 붉은 술이 차올랐다. “오늘 밤… 내가 전부 잊게 만들어 줄까요?”평생 들러붙어 있을 것 같던 악몽이 점점 다른 색으로 번졌다.바래졌다. 조금 더 아찔하고 깊숙한 감각으로.평생 접점 같은 건 없을 거라 여겨지던 남자였다.닿을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아마도 그날부터였다.‘덜컹.’욕설의 끝자락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나 아직 안 내려갔는데.”“… 죄송합니다.”“내려가는 길에 총무과 들러 알아봐야겠네요.”“뭘요?”“부하 직원한테 뒤통수 가격당하면 산재 처리 가능한지.”‘쿵.’그날부터 그와의 질긴 고리가 얽혔다.인연 또는 악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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