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눈길이 가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좋다.”그것은 우림의 생애 첫 고백이었다.상대를 착각한, 시작부터 잘못된 고백.“남은 1년 동안 수발 좀 들어.”“뭐?”“입막음 비용으로 이 정도면 싸다고 생각하는데.”지렁이 옆구리 차는 소리 하네.우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희태에게 애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으니까 너 꼭 나 도와줘야 된다.”밥맛 떨어지게 입꼬리를 올린 희태의 눈은 명명백백 비웃고 있는 것이었다.***술기운이 도니 마음의 빗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좋은 감정뿐만이 아니라 원망의 고목에서 싹을 틔운 감정들도 탈옥하는 중이었다.우림은 지독하고 질긴 인연으로 건물주가 되어 나타난 희태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내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안 했나.”“할 얘기는 없고. 동창으로서 네가 보고 싶어서.”“나쁜 새끼.”소주 한 잔을 따라서 죽 마셔버리자 목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여자로서는 너만 한 사람이 없다 싶기도 했고.”쓴맛을 없애기 위해 국물을 한술 뜨다가 그대로 고장이 나 버렸다. “또 나 갖고 놀지 마라. 이제 안 속는다.”“김종선이랑은 연락해?”“내가 왜.”말문 막히게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그가 넥타이를 느슨히 풀며 말했다.“네 인간관계에서 제거된 게 나만이 아니잖아. 기왕 망하려면 다 같이 망하는 게 낫지.”봄이 오니 마음도 분갈이하고 씨를 뿌리나 보다. 오래전 짝사랑했던 김종선을 삽으로 퍼낸 자리엔 한겨울에도 푸르를 독종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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