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다. 온몸으로 존재감을 내뿜는 그 반지가 뭔지.“다른 여자가 있는 남자와는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요.”“아. 이거?”규리의 시선을 읽은 우경이 왼손을 들어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잠깐 말고는 빼본 적 없는데.”그 순간, 그의 눈이 슬퍼 보였던 건 내 착각일까.“왜, 거슬려?”“그런 게 아닙니다.”“싫다고 하면 뺄 의향은 있는데.”피식, 웃음을 흘리던 우경은 망설임 없이 빼낸 반지를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에 올려놓았다.그의 시선이 그 반지 위로 오래 머물렀다.“도망갔어.”“…….”“신부가 도망갔다고.”예상치 못한 대답에 정적이 흘렀다. 규리는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커다란 눈을 깜박였다.팬츠 주머니에 반지를 넣으며 우경이 물었다.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도 함께였다.“궁금증이 풀렸나?”특별히 그를 마음에 담을 만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오히려 신경을 거스르고 미운 짓만 골라서 한 것 같은데, 자꾸 눈길이 그에게로 향한다. 아닌 척 부정했지만, 끌리고 있는 건 분명했다.그 순간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치기였다고 장담한다.“저, 뭐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뭐든.”뙤약볕 아래 서 있는 것처럼 꽉 쥔 주먹 사이로 땀이 흥건히 배어났다.“대표님, 저 좋아하세요?”“어.”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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