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의 몸으로 유혹하라 [독점]

원수의 몸으로 유혹하라

“착각은 집어치워. 넌 죽었다 깨어나도 레이첼의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으니.”
내 남편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다.
그것도 실종된 지 7년째인 첫사랑이.
남편은 여전히 그 여자를 찾으려 혈안이었다.
설상가상 내가 그녀를 어찌했다고 확신하면서.
“레이첼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그리하면 그대가 그토록 구걸하는 하룻밤쯤 내어줄지도 모르지.”
드레스를 찢어 버린 그의 손이 거칠게 감겨 올라왔다.
당황한 얼굴이 흐트러지기 직전, 그는 희롱하는 손길을 멈췄다.
입가 위로는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문제는 내가, 당신이 찾는 ‘그 여자’라는 것이다.
*
가문이 몰살당하고 단두대에 오르던 그때, 연인은 몸을 던져 시간을 돌렸다.
돌아온 삶에서 그는 시한부가 되었고…….
그런 그를 살리려 나는 금술을 행했다.
7년 후.
대마법사의 권능으로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머릿속으로는 계약자의 조건이 웅웅 울린다.
‘1년 안에 정체를 숨긴 채 그를 유혹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그 남자도 죽을 지니.’
자신 있었다.
빙의한 몸이 ‘비비안 스노우펠’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하필이면 나의 가문을 몰락시킨 원수 가문의 딸이라니.
“너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죽지 않았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살기가 느껴지고.
“로즈메리 가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어라, 네 손으로.”
스노우펠 가는 여전히 내 가문과 가족을 위협하며.
“연기는 이쯤 하시죠.”
하나뿐인 혈육과 아버지는 나를 원수 보듯 본다.
그럼에도 이 암담한 세상은 내게 천국이다.
당신과 가족이 버젓이 살아 있으니.
적진의 심장부에서 나와 가문을, 또 당신을 이렇게 만든 그들에게 복수의 검을 꽂을 수 있을 테니.
이번 생에는 반드시 지킬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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