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받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꿈도 크군요.”
모든 걸 바쳐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가 좋아했던 미소를 지으며 다정히 속삭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아비의 죽음에 일조해 버렸다는 것을.
나의 사랑하는 아사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땐 반드시 당신을 죽여 버리고 말겠어.”
베로니카는 그렇게 죽은 후 과거로 돌아갔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를 죽이는 거였다.
***
복수를 이뤘음에도 베로니카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죽었지만 눈을 뜨면 매번 16살의 방 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그제야 이 끝없는 회귀가 저주란 걸 깨달았다.
“대체 나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사랑하니까요.”
“나는 당신 같은 여자 싫어합니다.”
베로니카는 결심했다.
자신의 앞날이 절망뿐이라면, 그 절망에 그의 소중한 동생을 끌어들이기로.
“전하께선 저와 혼인하게 되실 겁니다.”
“그걸 어찌 단언하는 겁니까.”
“그야 제가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와 앞으로 함께할 절망을 기약하며, 그녀는 퍽 다정하게 속삭였다.
“우리 함께 잘살아 봐요, 카시안 황자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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