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남주의 검이 되었습니다 [독점]

검에 미친 남주의 검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눈떠 보니 좋아하던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남주가 아끼는 ‘검’으로!
“…아, 장난치지 마요!”
황녀, 공녀, 백작 영애, 하다못해 시녀도 아닌 ‘검’이라니.
빙의하면 보통 영앤 리치 뷰티풀 언니로의 환생은 보장 아니었냐고!
믿기 힘든 사실도 잠시, 나는 더 끔찍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 완결쯤에 악당과 상대하던 남주의 검이 완전 산산조각나는데?’
이대로라면 검과 함께 죽게 생겼다.
살 방법은 오직 하나뿐.
검의 주인인 남주의 도움으로 검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거다!
“디트리히! 내가 널 델가도 가문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혀 줄 테니 나와 계약하도록.”
위엄 있게 건넨 말에 그가 수려한 낯을 구기며 읊조렸다.
“꺼져.”
…이거 쉽지 않겠는데?
***
우여곡절 끝에 디트리히의 형편없던 평판도, 가문 내의 입지도 전부 바꿔 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공작위에 오른 날 밤.
‘드디어 해방이야.’
검의 정령으로 속박되어 있던 지난 세월은 모두 안녕이다!
이제 검이 아닌 인간으로서 새 인생을 살 때가 됐다. 
그동안 디트리히 몰래 모아 온 돈으로 새 인생을 살 차례만 남았는데…….
“하르페. 어딜 가는 거지?”
귓가를 간지럽히는 낮고 진득한 목소리.
“어, 어딜 가긴. 이제 새로운 삶을 찾으러…….”
“날 버리고? 멋대로 길들여 놓고 새로운 주인을 찾으러 가는 거야?”
어둠에 사로잡힌 청록빛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내 손을 부드럽게 움켜쥔 그가 돌연 얼굴을 바짝 붙여 오며 속삭였다.
“이번엔 내가 네 검이 돼 주지.”
그러면서 탄탄한 몸을 내게로 바짝 붙였다.
“잡아 봐. 그대로 휘둘려 줄 테니.”
그 짧은 순간 난 알 수 있었다.
…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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