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동생이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을 고백했다.
안시는 그 남자, 다미온 드 오르페와 결혼하며 다짐했다.
그의 반려가 되어 아버지를 죽인 이에게 복수하고 오르페 공작가를 철저히 몰락시키겠다고.
그런데 결혼과 함께, 그 남자의 죽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가면 안 돼요……! 가지 마요.”
처음에는 복수를 위해 필요하기에 다미온을 구하는 안시.
하지만 점점 그에게 이끌리며 진심이 되는데…….
그러나 안시는 몰랐다.
다미온 역시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결혼했다는 사실을.
오르페를 무너뜨리고자 결혼한 안시와 반대로, 그는 오르페를 갖기 위해 결혼했다는 것을.
*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 죽음을 볼 수 있다는 걸.”
안시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말 날 좋아해서 결혼한 건 맞나요?”
사실은 처음부터 의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믿게 되었다. 적어도 다미온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미온이 이 능력을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뇨.”
잔인한 말을 하는 사람치고 그는 퍽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대답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처음부터 온통 거짓된 낭만이었다.
“……이제부터라도 행복해져요, 우리.”
안시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맑게 웃었다. 뿌리 깊은 불신을 숨기고 그에게 안겼다.
역시 이 결혼은 비극으로 끝날 것이 분명했다, 기쁘게도.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