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거예요. 당신이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저는 그리 여기겠어요.”
롱필드의 여름 손님, 헌팅턴 백작의 외손자 안셀을 사랑했다. 어릴 적 소꿉친구로 지내다 신분 차이로 멀어지고도 오직 그만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가 하나뿐인 언니의 약혼자가 되기 전까지는.
엘로이스는 안셀의 손을 담담히 풀어냈다. 그러고는 제가 걸어가야 할 아득한 밤거리로 시선을 돌린 채 대답했다. 비록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지만, 이 이상 약해 보이지는 않도록 한 단어 한 단어에 힘을 실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 감으면 잊을 것처럼. 서로를 사랑한 적 없는 것처럼 살아요.”
“…….”
“그럴 수 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더는 해 줄 말이 없으니 제발 저를 붙들지 말아 주기를 그녀는 떨리는 걸음마다 간절히 바랐다.
어째서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된 걸까. 결혼식이 끝나고 언니가 당신의 아내로 곁에 선 것을 보고 나면, 그때는 정말 전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삶이 산산이 부서진 듯한 밤이었다. 사랑을 믿던 날들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