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미안해요, 공주님.”
내 가족을 죽인 친구는.
“공주님이 내게 무척이나 잘해준 걸 알고 있어요. 나를 아주 많이 아껴준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어떡해.”
내 어깨에 노예의 낙인을 찍으며, 울면서 울었다.
“공주님이 아델리아의 향을 맡아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그게 내 소원인데.”
모든 것을 잃은 나 또한 그리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좁은 상자 속에 넣어져 팔려 가는 길, 화염과 함께 찾아온 범과 같은 사내에게 원치도 않는 구원을 받았다.
“그래요, 공주님. 내 손가락이라도 씹어먹어요. 뭐라도 먹고 삼켜야 내 지랄 맞은 조롱에 이라도 세우지. 내 얼굴에 손톱이라도 박아넣지.”
날 구한 당신은 어찌하여 날 살리려 하는가.
"이 입술에. 이 목에. 이 팔과 다리에, 발가락 끝에. 하나도 남김없이 입을 맞추고 몸을 문질렀습니다.”
가족 한 명 지키지 못한 나는 무슨 연유로 당신의 불꽃에 반응하는가.
죽고 싶은 여인은 살리려 하는 사내를 만나, 살아보기로 했다.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은 자들의 다리를 잡아당겨, 함께 지옥 불 속을 구르겠다는 목적 단 하나를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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