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한 시간들 [독점]

너를 기억한 시간들

“빨리 와서 안겨요, 카렌. 오늘도 너무 예쁘다, 당신.”
카레이나는 라울의 부드러운 음성에 제 귀를 의심했다.
“폐하께서는 기억을 잃으셨습니다. 황후 폐하만을 기억하십니다.”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가 죽여 달라고 했던 것도.
“널 진작 죽였어야 했는데, 순진한 얼굴로 내 뒤통수를 치다니.”
“그러니 내가 죽여 달라고 했을 때, 그렇게 해 줬으면 됐잖아요.”
“카레이나, 당신은 죽을 수 없어. 아직 쓸모가 남은 망국의 황녀님을 낭비할 수는 없지.”
그는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제대로 시작한 것도 없는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는 라울의 선물 공세에도 카레이나는 알고 있다.
기억이 돌아오면 라울은 싸늘한 눈으로 예전처럼 자신의 심장을 베어내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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