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후회가 붙잡을지라도 [독점]

당신의 후회가 붙잡을지라도

“그 비루한 목숨으로나마 나탸샤를 내게서 앗아간 죄를 갚아.”
북부의 위세 높은 대공과 몰락한 자작가의 영애.
분에 넘친 행복이었다.
헬레나의 삶은 유진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과 단두대의 날로 끝이 났다.
하지만 회귀는 반복되었고, 헬레나는 그를 관성처럼 사랑했다.
그렇게 닳고 닳아 4번째로 눈을 떴을 때.
“이혼해요, 우리.”
 
마침내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제 보잘 것 없었던 생에게도.
헬레나는 깊은 바다에 몸을 가라앉히며 완전한 죽음만을 빌었다.
그런데.
“당신이 내게 가르쳤잖아. 욕망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라.”
누군가의 조각으로도 남지 못했던 자신을,
“잊지 않은 게 아니라 잊지 못한 겁니다. 당신은 이토록 선명한 사람이니까.”
 
끝끝내 구해 제 전부라 말하는 남자를 만났다.
* * *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얼핏 들으면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유진은 덜컥 소화시키기 힘들어졌다.
차라리 도망치고 싶었다.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내가 에버게일에서 당신을 떠났을 때, 그 때.”
“헬레나. 제발.”
“우린 이미 끝났던 거야. 그러니 이만 돌아가 줘.”
그토록 다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애틋한 얼굴로.
 
“나는 당신을 전부 지웠으니까.”
이별을 고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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