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한 밤을 위하여

이 고독한 밤을 위하여

“나는 오라버니를 대신하기로 마음먹었어. 죽은 건 이안이 아니라 이디스야.”
황자의 반역으로 모든 것을 잃은 황녀 이디스.
황태자였던 오빠를 대신하기로 한 그녀의 앞에
연합국 맹주의 장자 테르디안이 나타난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제 말에 따르시겠습니까?”
“칼리온의 테르디안이 루하임의 이디스 황녀 전하께 정식으로 청혼하겠습니다.”
한눈에 이디스의 정체를 간파한 테르디안은
동맹을 내세운 계약 결혼을 제안하고,
“원하는 걸 손에 넣으려면 무슨 짓이든 해야지. 나라든, 권력이든, 너든.”
“결국 내게 올 것을. 운명을 믿지 않았지만, 있다면 이런 거겠지.”
정체도 모른 채, 이디스에게 빠져버린
적국의 대공 알렉산드르도
그녀를 향한 소유욕을 드러내는데.
제국을 되찾기 위한 이디스의 여정이 다다르는 곳은 어디인가.
***
“분명 전하께서도 저와의 독대를 원하게 되실 겁니다.”
테르디안이 내뱉는 숨 때문에 귓바퀴가 간지러웠다.
이디스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호흡을 들이켰다.
온몸의 신경이 예민하게 달아올랐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디스 황녀 전하.”

이디스는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목덜미에 닿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쉿, 얌전히 있으면 다칠 일은 없을 거야.”
이디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드르가 그녀의 몸 위로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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