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내관에게 들어 이미 알고 있다. 언제부터 말을 하지 못한 것이냐.”
가희가 종이 한구석에 三(석 삼)자를 그렸다.
“삼 년이라…. 허면 과인이 즉위할 때쯤이었구나.”
“…….”
“지난 삼 년간 과인을 본 적이 있느냐.”
가희가 없다, 하였다.
“과인이 세자 시절, 널 만나 곁에 두었다 들었다. 맞느냐.”
그렇다, 하였다.
“혹…. 과인을 원망했느냐.”
다른 질문에는 바로 답을 주더니 이번엔 멈칫했다.
가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버렸다.
“나를 마주해 보거라.”
가희가 당황한 듯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를 보았다.
현은 가희의 눈동자 가득 채워진 제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낯이 익구나.”
“…….”
“날 원망한 만큼 내 오늘 밤 널 많이 아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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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현은 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가희의 발칙한 면모에 반해 그녀를 동궁전으로 들여 제 곁에 두기로 한다.
하루아침에 하녀에서 동궁전 궁관 ‘수칙 김씨’가 된 가희는 궁궐 여인들의 온갖 시기를 받게 되고, 결국 궁궐 암투에 휘말리게 되는데….
<궁녀들의 밥을 짓는 하녀 ‘취반비’에서 정1품 ‘빈’의 자리까지 오른 가희의 궁궐암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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