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지금 불행해요?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막다른 길에 몰린 거예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낯간지러운 애칭을 부르던 남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정을 갈구해 오던, 윤재현.
“그럼 쓸데없이 강물에 뛰어들지 말고 그 몸, 나한테 버리는 건 어때요?”
그런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평온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만,
실상은 불행했던 과거의 진창에 빠져 있는 여자, 석은하였다.
하지만 그의 집안끼리 얽힌 사정이 가시처럼 목에 걸려
그녀로 하여금 그를 마냥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
넙죽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로 대단한 신분,
이 남자와의 결혼으로 빌어먹을 가족들이 나눠 갖게 될 이해득실을 생각하면
은하는 더더욱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나한테 와.”
그런데 언제부터 익숙해졌을까.
“날 얻는 대가로, 또 당신을 얻는 대가로,
당신을 슬프게 만드는 사람들 내가 다 조져, 아니 예쁘게 치워 버려 줄게.”
20년을 바쳐 나를 지켜 주던 당신에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나 이제 그만 이 집에 들여놓는 게 어때?”
그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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