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나랑 같이 잘래요?”
그 말에 천천히 뜬 남자의 시선이 이연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붉은 홍조가 띤 이연의 얼굴에는 결연한 빛마저 비쳤다.
남자는 이연에게 짙은 시선을 고정한 채, 잔을 비웠다. 이유 모를 뜨거운 시선에 이연은 발끝까지 저릿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기껏 했던 결심이 무색하게, 그대로 뒷걸음질 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연은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용기를 그러모아 다시 제안했다.
“그쪽이 내 취향이에요. 그러니 같이 자요.”
큭, 남자의 입에서 시니컬한 웃음이 낮게 터져 나왔다. 그러나 기분은 나쁘지 않은 듯 꽤 재미있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좋아요. 룸으로 가죠.”
***
이연은 도산 위기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략결혼을 결심하고, 결혼 전 떠난 여행에서 정우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황홀한 첫 경험을 기억한 채 이연은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결혼식 도중 정우가 난입하여, 결혼식은 엉망이 되고 마는데…….
***
정우의 싸늘한 시선이 이연에게 내리꽂혔다.
정우를 알아본 이연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이 여자 내 약혼년데.”
정우의 입에서 느른한 말이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이연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연이 간신히 내뱉은 말에 정우가 그녀의 앞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숨결마저 느껴질 가까운 거리였다.
“나랑 결혼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날 밤에.”
나지막한 속삭임에 이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