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혼하려는 사정

그가 이혼하려는 사정

“혼인의 대가는 내가 해민정밀에 앞으로 충분히 보답할 겁니다.”
 
해민정밀. 고작 해봐야 작은 규모의 공장. 정선 그룹이 거래를 끊으면 부도가 날 수도 있는 힘없는 협력업체.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강제로 진행된 결혼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의 연인을 다른 사람으로 오해해도, 아니라고 밖으로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는 것. 둘이서 합의한 결혼이 아니기에 그의 애정을 요구할 수도 없는 것.
그런 것들을 다 감내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
성헌과의 결혼은 그런 것이었다.
 
***
 
“해연아.”
 
느닷없이 팔을 파고들어 손을 감싸 쥐는 촉감에, 무언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해연은 화들짝 놀라 손을 빼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혼계약서를 쓰고 이렇게 지내온지가 벌써 3년. 결혼 후,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다정한 호칭은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톤이었다.
 
“네 발로 걸어갈래. 아니면 끌려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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