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은 그녀를 주변에선 캐럴라인 아가씨라고 불렀다.
캐럴은 죽었는데. 나는 이레나인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부정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서,
이레나는 캐럴라인의 삶에 미련을 갖게 만드는 아이를 만난다.
“내가 네 옆에 있어 줄게. 그러니까 너도 내 옆에 있어 줘.”
그와 함께라면,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라면 다시 행복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10년 뒤 다시 만난 그는 왕국을 배신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기어코 제 아버지까지 죽인 악마가 되어 있었다.
* * *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거야. 꺼져버려.”
“더.”
더 해봐. 나의 이레나.
차가운 손길이 정수리에서 관자놀이를 지나 턱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에 숨이 막혔다.
“끝났어? 그럼…….”
다시 한번 달큼한 목소리가 들렸다.
“키스해도 되지?”
이젠 가족 아니잖아. 원래도 그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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