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끝없는 집착으로부터 [선공개]

구원은 끝없는 집착으로부터

“천박한 계집이, 감히.”
고아소녀는 어린 시절 약속을 믿고 첫사랑을 기다렸다.
우연한 재회의 순간 차디찬 경멸을 받을 줄도 모르고.
그랬던 그가, 세월이 흘러 또다시 재회한 지금은 애달픈 눈빛으로 저를 들여다본다.
백작가 영애, 엘라우네로 새 삶을 시작한 에이엘은
예전의 자신은 이제 없다는 것을 남자에게 똑똑히 일러주기로 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아무 관심 없습니다.”
“영광이군요. 그 편이 오히려 기쁩니다.”
남자의 얼굴에 묘한 희열이 서렸다.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냉대에도 아랑곳 않고 뒤늦은 집착을 시작해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뻔뻔하고 진득하게.
엘라우네는 바라고 또 바랐다.
그가 더 이상 제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
“몰랐어? 내가 죽어야만 끝나.”
남자는 제가 붙든 가녀린 손목에 입술을 갖다 댔다.
어떻게 끝내. 죽은 줄 알았던 네가 이렇게 내 앞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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