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해 주세요, 제발! [독점]

이별해 주세요, 제발!

‘내가 빙의한 소설이 뭔지 모르겠다.’
천덕꾸러기 황녀 리타니아.
정석 로판 소설이라면 빙의자인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적당한 남자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하여 원작의 흐름을 벗어나 쾌적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일 터인데.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첫 만남에 대뜸 청혼해오는 수상한 남자가 있다?
게다가 이 남자, 너무 아름답다.
이 세계가 로판이라면 응당 남주여야 할 미모를 지녔으면서, 개연성은 어디에다 팔아먹고 뜬금없이 제게 청혼을 한단 말인가.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잖아요. 무슨 결혼을 해요?”
리타니아가 황당한 얼굴로 묻자, 오르비스는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아, 그렇군요. ‘이번’에는 처음이었지요.”
기이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남자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지며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리타니아는 그제야 자신이 어떤 소설에 빙의한 것인지 깨달았다.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용의 사랑을 받아,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인 용의 애정 표현 때문에 자신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잃고 결국엔 그 자신마저 불구가 되어 삶을 포기하는.
‘막장 피폐물!’
그녀가 죽어 가는 순간에야 비로소 후회라는 감정을 이해하게 된 용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애정을 구걸하는, 기다리는 것은 새드엔딩뿐인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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