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했다. 그것도 열 살짜리 꼬맹이한테.
엄마가 필요하다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몇 번 말벗이 되어 준 것뿐이었다.
아, 조금 놀아도 줬다. 그리고 밥도 사 먹였다.
생각해 보니 공부도 시켰다. 제법 보호자 같아 보이는 내가 어른스럽고 기특하기도 했다.
외롭다는 아이의 순진한 말에 속아서 공작저에 갇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아스칼은 손가락으로 원탁을 톡톡 두드리며 고민했다.
이상적인 공작가의 후계자로 변해 가는 루블리온을 위해서라면 그녀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새끼 표범같이 날뛰는 저 루블리온을 온순한 고양이로 만드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자작 영애니까.
“네 보모로 고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
그 자리를 슈미트가 관심 있어 하느냐가 문제다.
“……그렇다면 아줌마의 책임감과 죄책감을 건드려 보는 건 어때요?”
루블리온은 계획서 맨 아래에 있는 일곱 번째 계획을 손으로 가리켰다.
“제가 보기보다 아줌마 약점을 많이 잡았더라고요.”
공작과 비서관, 그리고 집사의 머리가 계획서 위에 모였다. 그들은 이 영악하고도 치밀한 열 살 아이의 계획을 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공자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난 너를 이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뭐, 저는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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