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세계는 멸망했다.
그러니까, 대충 열두 번 정도.
─탑을 오르고, 죄를 마주하라. 그리고 탑의 정상으로 향하여…….
“개소리 하고 있네.”
열두 번에 걸쳐 세계 멸망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물론이요,
세계 멸망을 막아보려고도 했던 전직 영웅 겸 구세주 주세유.
주세유는 열세 번째로 주어진 새로운 삶에서
인류 멸망의 원인, 칠죄종의 탑 앞에 하늘에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이 선언한다.
“이제 안 해. 못 해. 그냥 알아서들 하라고 그래!”
어차피 멸망할 세계를 뭣하러 구해?
그냥 전생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꿀이나 빨면서 방탕하게 살다가 멸망을 맞이하고 말지!
주세유는 주먹을 꽉 쥔 채 굳세게 결심했다.
…물론 전생에 살짝 신세 졌던 남자를 구한 뒤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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