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국가대표 류아랑, 그게 바로 어제까지의 나였다.
하지만 삶의 전부였던 동생을 잃고 사격을 그만둔 후, 하루아침에 동생이 즐겨 보던 소설 속에서 눈을 뜨고 만다.
마물의 먹잇감으로 처참하게 죽을 운명인 이브넬 이스텔라로.
이브넬이 되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설령 그 끝이 나의 죽음이라고 해도.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시시해서 재미없을 거라고 하셨죠? 그럼 이제부터 기대하십시오. 지금부터 재미있어질 테니까.”
난 살아남기 위해서 다시 총을 들었다. 겨눈 총구의 끝에 있는 남자가 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
이브넬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흐트러뜨리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인 슈헤르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는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그에게 거의 안긴 꼴이 된 이브넬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때, 귓가로 지독히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건 똑똑히 기억해 둬. 난 한번 내 손아귀에 들어온 먹잇감은 놓치지 않아, 이브넬.”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와 지척에서 마주친 순간 이브넬은 그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먹잇감이라.’
자신의 처지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였다.
카리에스의 원수이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구원자.
그러니 처음부터 당신의 손을 잡아서는 안 되었다. 가까워져서도 안 되었다.
당신을 사랑해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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