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잊는다고 할지라도 [독점]

당신이 나를 잊는다고 할지라도

당신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한 거니까.
“더는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이제는 전하의 체취조차 역겹게 느껴질 지경이니.”
칼리아는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결혼한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남편인 아드리안에게 그녀는 끔찍하고 고매하신 황녀 전하일 뿐이었다.
가슴을 후벼 파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상처뿐인 외사랑을 이어 가야 하는 것도 모두 감내할 수 있었다.
종국에는 죽음만이 남아 있을 거라 직감했음에도,
이 모든 건 아드리안을 지키기 위해 그녀 스스로를 잃으며 선택한 결과였으니.
* * *
칼리아는 사고로 인해 지난 4년의 시간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밀려든 해일에 모든 것이 휩쓸려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산물 같은 감정뿐이었다.
“전하께서 저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
“다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황녀 전하의 남자로 살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칼리아의 손등 위로 그가 흘린 눈물이 비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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