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나에게 자비로운 당신이 [선공개]

비겁한 나에게 자비로운 당신이

“네가 만약에 황제를 죽이는 데 성공하고 돌아온다면, 네 어미를 자유롭게 해주 마. 그리고 네 동생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돈도 주고.”
“정말, 정말로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주시는 거죠?”
리시아는 후작이 건네는 칼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건 그녀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였고 이 길고 긴 지옥 같은 삶을 끝낼 유일한 길이었다.
황궁이 어떤 곳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그 어디라도 지옥 같은 후작저 보다는 나을 테니.
그리고 아티커스를 만났다.
“다음에 내가 보고 싶으면 그냥 찾아와요. 괜찮으니까.”
그녀가 꼭꼭 눌러 단단히 잠가둔 마음의 빗장을, 너무도 쉽게 열고 들어서는 그를.
“나의 비가 되어줘요.”
“나중에 혹시 저에게 실망하시게 되어도, 원망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는 방법이, 그때는 그것밖에 없는 줄 알았으니까.
그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그녀도 몰랐으니까. 어리석다 욕해도 원망은 하지 않았으면 했다. 
뻑뻑했던 눈가가 촉촉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리시아는 울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입 안을 짓씹었다. 가슴에 그를 죽일 칼을 품은 주제에 그녀는 울 자격이 없었다.
“리시아도 약속해줘요. 어떤 끝이 오더라도 원망하지 않기로.”
리시아는 가슴이 터질 듯이 벅찬 동시에 당장 이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욕심이 생겼다.
사랑하는 남자의 곁에 한 번이라도 서보고 싶다는 욕심. 
신이여, 제발 저를 용서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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