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삶이 시작되었다.
지긋지긋한 인생에는 미련이 없다.
‘차라리 네가 날 다시 해방시켜 준다면 어떨까.’
그래서 찾아갔다.
나를 삼키고, 내 피와 살을 취한 녀석에게로.
그런데…….
“이게…… 뭐지?”
대지를 공포로 물들이던 녀석의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작은 힘 하나만으로도 짓뭉개질 것 같은 생명체가 곧게 응시해 온다.
곧 죽을 것처럼 숨을 헐떡이는 채로.
* * *
“저것이지? 너를 버린 것이.”
멀어지는 알렌의 등을 쏘아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알았니?”
“보았다. 시간의 경계에서.”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까지 들켜버렸다.
그래서 착잡해진 기분으로 아이의 눈을 가렸다.
“나쁜 건 보는 거 아니야.”
좋은 것, 행복한 것만 보여주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용의 시간은 무한히 길고 내 시간은 유한할 테니까.
그것이 심장까지 내어주며 나를 되살린 너에 대한 보답이니까.
잠시 침묵하던 루키안이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말한다.
“저것을 죽여주면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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