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나락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국왕의 사생아이자 왕실의 골칫거리, 왕세자 이안.
“영애도 이 결혼을 반기는 입장입니까?”
“전하께서는요?”
“원한다면 굳이 반기는 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거든.”
아름다운 것은 대체로 유해하건만
레니아는 왕명에 의해 그의 약혼녀가 된다.
“침대에서도 그렇게 뻣뻣하게 굴 겁니까? 귀엽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라.”
“대체 왜 이렇게 무례하세요.”
“자극하려는 게 아니라면 순하게 굴어 봐요. 네가 그럴수록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아버지의 죽음에서 사사건건 저를 조롱하는 그의 흔적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레니아에게는 무의미한 정략결혼에 불과했을 것이다.
의심이 확신이 되었을 때, 그녀는 결심했다.
그의 추락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내줄 수 있다고.
* * *
“난 오늘 내 의무를 다할 생각인데. 넌 어때?”
그가 레니아의 눈물을 혀끝으로 슬쩍 핥아 올렸다.
달빛이 부서지는 침대 위로 탁한 숨이 뒤엉켜 어지러이 흩어졌다.
“어딜 봐. 네가 날 안 보면, 또 내가 미치잖아.”
열기에 잠긴 그의 목소리는 나락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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