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악마가 어느 날 공주를 주웠다.
금방 일어난 살인, 강도만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전부인 도시 렌카르트. 그곳의 주인인 미카일 하이저는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와 참으로 닮은 사람이었다.
하얀 눈꽃 같은 얼굴이 칼을 휘두를 때면 핏방울이 먼지처럼 흩날렸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하녀 한 명을 주웠을 때, 누구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카일 자신 조차도.
‘그 아인 영주님께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카일은 비스듬히 고갤 기울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가.”
일족이 몰살당한 뒤 하녀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던 아르나 문힐. 색채를 잃어버린 그녀가 미카일은 자꾸만 신경 쓰이는데.
“넌 너무 어리고 약해.”
그리고 나를 죽일 것처럼 부드럽고…….
그는 가만히 아르나의 젖은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영주님, 제, 제발 손을…….”
“싫어.”
커다란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벗어나려는 아르나의 몸짓은 그를 더욱 자극시킬 뿐이었다.
그래, 어차피 내가 갈 곳은 지옥뿐이니
너를 삼키고 나도 죽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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