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의 붉은 입술이 차갑게 비틀렸다.
“제국을 멸망하게 할 악녀라고 했었지?”
그래서 그 악녀가 돼 보려고.
제국을 절망에 빠트릴 희대의 악녀가.
언니가 살해당한 후. 황태자비이자 성녀였던 그녀의 몸으로 회귀한 엘라.
베카르토 제국과 대신전을 상대로 자비 없는 복수를 계획하고.
완벽한 복수를 위해 그녀는 자신을 갈구하는 한 남자를 이용하기로 한다.
지금은 포로지만, 훗날 대제국을 건국하며 황제가 될 은빛 늑대를.
복수의 서막을 알리는 뜨거운 밤.
“이 밤을 기억해요. 헤이븐.”
그녀의 말을 거부할 수 없도록.
더없이 달콤하고 다정하게 그를 품어 주었다.
한없이 선하고 순진했던 언니 메리안과는 달리, 엘라는 황제가 될 늑대를 농밀하게 조련하며 희대의 악녀로 거듭난다.
* * *
그러나 한 가지.
엘라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엘라. 상단주에게도 기사단장에게도, 빌어먹을 황태자에게도 웃어 주지 말아요.”
은빛 늑대의 집착과 질투가 짐승의 것에 가깝다는 것을.
“그냥 내가 다 죽여 버리고 싶어지잖아.”
잘생긴 늑대는 정말이지 다정한 미친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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