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에게도 무심하기 그지없던 대마녀 귀네비어 로단테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여자아이, 라리사를 거두기로 했다.
“데려가서……. 음, 가르치시려고요?”
윌리엄은 저 꼬마에게 어마어마한 마법 재능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나 아니었다. 게다가 이어지는 대답은 윌리엄을 기함하게 했다.
“너랑 결혼시킬 건데.”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윌리엄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네?”
“너랑 결혼시킬 거라고.”
윌리엄은 가까스로 미치셨어요? 라고 크게 소리 지르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아니 못 참겠다. 윌리엄이 작게 소리 질렀다.
“미치셨어요?”
“…….”
“걔는 너무 어리잖아요.”
“아직 어리지. 하지만 10년은 금세 흘러갈 거야.”
귀네비어는 라리사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사라진 50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누구더러 미쳤다는 거야. 미친놈이.
어미 앞에서 제 심장에 칼을 꽂는 미친놈이 또 있을까.
귀네비어는 한숨처럼 내뱉었다.
“넌 이 애와 사랑에 빠질 거야. 내가 말려도 듣지 않겠지. 죽음조차 너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거야. 죽음이 이 애를 앗아가려고 하면 네가 심장을 바쳐서라도 시간을 되돌릴 테니까…….”
윌리엄은 할 말을 잃었다.
평균 4.0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