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살롱의 가장 유명한 화풀이 인형, 돈만 주면 꼬리를 흔드는 개새끼, 이스턴 스칼렛.
“이것도 핥아보지 그래? 너희 아버지가 황제 폐하 애첩의 것이라면 구두에 묻은 흙까지도 핥아먹었다면서.”
“그래도 꼴에 공작가 아들이었다고 이건 못 받아먹겠나?”
한때 감히 자신에게 말도 먼저 붙이지 못했던 하찮은 이들에게 모욕을 들어도 이스턴은 기꺼이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혔다.
그렇게 자존심을 팔아 목숨을 부지하던 이스턴의 앞에 대부호의 딸, 멜라니가 나타났다.
“당신 빚, 다 갚아줄 테니 나랑 결혼해.”
***
멜라니가 내민 것은 이혼장이었다. 마음 한 자락 담기지 못한 종이 한 장이 덜덜 떨리는 이스턴의 손에서 무참히 찢겼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원하던 모든 것을 이루었다.
이제 이스턴은 그녀가 가졌던 헤이스터 상단 정도는 우스울 지경으로 많은 재산을 그녀의 손에 쥐여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사라졌다. 이스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다시 데려와야만 했다.
필요하다면, 황제를 바꿔서라도.
“멜라니 르부아로 살았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악몽 같은 시간이었어. 두 번 다시 멜라니 르부아로 살고 싶지 않아. 이스턴 제발…….”
“단 한 순간이라도 르부아였던 적이 있긴 하십니까?”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한때 태양보다 열렬했던 황금빛 눈동자가 아니었다. 맥없이 텅 비어 버린 눈이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러나 어찌하겠나.
이스턴은 그녀를 잃을 수 없었다. 껍데기뿐일지라도 그녀를 제 곁에 두고 싶었다.
끔찍하게도 절실히 그것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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