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멸망시키는 괴물 공작, 그가 가면을 쓰고 다가왔다.
가면을 벗기 전에 달아났어야 했다.
그가 찾는 부인이 나였기에.
*
두려워하겠지. 이제 비명을 지를 것이다.
한없이 무서운 괴물을 마주한 것처럼.
“진짜 꽃잎처럼 예뻐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동그란 머리가 갸웃하며 왼쪽으로 기울었다.
빗물에 젖은 녹안이 다시 유리의 목에서 가슴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벗은 모습을 봐도 될까요?”
그 순간 유리의 얼음 같던 얼굴은 금이 가버렸다.
예상치 못한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 머리가 다른 의미로 폭주하고 있었다.
*
유리의 손이 깃털처럼 가볍게 세이의 가는 목을 타고 내려왔다.
그의 긴 손가락이 목까지 잠가 놓은 단추를 툭 하고 풀었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제가 잠가 놓은 단추를 푸는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이 심각한 순간에 왜 단추를 푸시는지... ”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서로의 시선이 얽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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