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이래 유일한 생존자, 로아렌 페르젠.
전부를 잃은 채 전대미문의 성녀로 추대된 그녀가 11년 동안 숨죽인 복수를 위해 전 대륙의 적에게 동맹을 제안했다.
“너로 받겠다. 이 동맹의 증표.”
동맹의 대가로 결혼을 요구하는 반란군의 수장, 데건.
이미 각오를 다진 그녀에게 조건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 총구 앞에서 그가 검은 복면을 끌어 내린 순간, 눈앞이 거칠게 휘청거린다.
“히아신스……?”
그가 11년 전 제 전부를 앗아간, 그 아이를 닮아서.
*
로아렌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신은 무엇을 원했던 걸까.”
왜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을까.
“나의 복수? 그도 아님. 너의 속죄일까?”
어느 쪽이든 내겐 모두 가혹하다.
결국 너의 죽음만이 유일한 복수이자 속죄이니까…….
가혹한 운명 앞에서 감히 완벽한 복수를 꿈꿨다.
복수의 곁인 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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