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혼, 나와 해.”
지젤 앤티시어가 갖고 있는 건 딱 세 가지였다.
‘남작 영애’라는 허울.
무능하고 사치스러운 가족.
아무리 갚아도 늘어나기만 하는 빚.
가끔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모리스 백작님과 결혼하거라.”
부친이 빚을 탕감받는 대가로 그녀를 늙은 귀족의 후처 자리에 밀어 넣으려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왕국 최고의 부자, 루카스 테일러.
비록 그의 신분은 평민이었지만, 그것은 결코 흠이 될 수 없었다.
귀족의 허울뿐인 명예보다 ‘돈’이 중요시되는 세상에서 그는 최고의 권력자였다.
그런 그가 말도 안 되는 ‘투자’를 하게 된 건 전적으로 한 여자 때문이었다.
지젤 앤티시어.
아카데미 후배이자 현재 제 직원인 여자.
그녀가 부친의 빚 때문에 늙은 귀족의 후처가 되어야 한단다.
머리 좋고 재능 있는 여자가 고작 그런 이유로 미래를 포기하는 건 부당한 일이었다.
그런 걸 떠나서도 늙은이가 그녀를 침대로 끌어들일 것을 상상하니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래서였다.
루카스가 그답지 않은 제안을 한 것은.
“그 결혼, 나와 해.”
그녀가 짊어진 빚을 전부 갚아주는 것이 그가 제시한 단 하나의 조건이었다.
‘혹시 미치셨어요?’라고 묻는 듯한 그녀의 불손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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