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은 잊어도 원수는 안 잊어.”
연이은 전쟁의 패배로 미친 황제에게 속아 가문의 몰락과 함께 악마의 제물로 바쳐진 리베리아.
가까스로 도망쳐 반역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채 복수를 결심한다.
십 년, 자그마치 십 년이었다.
모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하인이었던 발하르트가 황제의 개가 되어 저를 찾기 전까진.
“10년 전쯤인가? 기억을 잃었어.”
“그럼……. 저도 기억 안 나십니까?”
애틋한 눈을 하고선 묻는 발하르트를 본 순간, 그녀는 결심했다.
기꺼이 그를 이용하기로.
***
“저를 속인 겁니까?”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속아 줄 의향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이미 속았으면서 또 속아 주겠다는 저 미련함에 리베리아는 실소를 흘렸다.
“다 알면서 뭘 물어?”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습니까.”
천천히 부서져 내리는 붉은 눈동자를 느긋하게 감상하며 리베리아는 보란 듯이 웃어 보였다.
“속은 네가 멍청한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기만이었다.
아니, 기만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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