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비가 된 플로리아는 비둘기를 보내 언니들의 눈을 쪼아 멀게 했습니다’
에서 ‘언니들’중의 하나인 르네올라 비올렛에 빙의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왕자가 플로리아의 발에 유리구두를 신기는 장면에서!
이제 남은 건 비둘기한테 눈 파먹힐 엔딩뿐이라 얼른 튀려는데,
날 궁으로 부른 플로리아에게 심장이 담보로 잡히고 말았다.
언제 죽을지 모를 하루살이 신세에서 벗어날 방법은 심장을 되찾는 것뿐.
“플로리아 님, 오늘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우세요!”
난 호시탐탐 심장을 되찾을 기회를 노리며 오늘도 열심히 딸랑이를 흔들었다.
그런데 나보고 1왕자궁에 스파이로 들어가라고? 눈만 마주쳐도 칼을 뽑는다는 미친 살인귀한테?
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그에게 좋아한다는 거짓말까지 쳤는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틈만 나면 나타나 능글맞은 태도로 사람 속을 뒤집던 암흑 길드장이
1왕자 카힐른 더 힐릭이었다니.
문제는 이 남자가 내 속셈을 다 알고 있다는 거다.
하하, 망했구나 싶은데 카힐른이 그린 듯 잘생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날 좋아한다고?
“어디 마음껏 유혹해 봐.”
요사스럽게 눈을 휜 그가 진득하게 시선을 맞추었다.
“기꺼이 넘어가 줄 용의가 있으니까.”
유혹해 보라더니 유혹을 하고 있는 카힐른으로 인해 심장이 남아나지 않던 어느 날,
정말 심장이 터질 뻔한 위기가 닥쳤다. 착한 척하던 플로리아가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플로리아는 해사하게 웃는 얼굴로 날 위협했다.
“언니의 목숨이 내 손에 있는 걸 자꾸 잊으시는 것 같아요.”
그 순간, 언제든 날 죽일 수 있는 플로리아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그녀가 주인공인 이 원작 소설을 무너뜨리는 것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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