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울 차례였다

이제는 내가 울 차례였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게 어째서 지금 내 눈앞에 있을까?”
카히르의 말이, 칼날처럼 내 가슴을 난도질했다.
3년 만에 만난 카히르의 눈에는
나를 향한 분노와 혐오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짓씹듯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송곳처럼 나를 후벼팠다.
절대로 울지 않는 것이 내 장점이건만,
나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
‘레아.’
‘…….’
‘지금 당장은 너와 함께 도망칠 수 없어.’
누군가 칼로 심장을 내리찍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내가 후작을 죽여줄게.’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그 새파란 눈동자는 시린 얼음 조각만 같았고
넓고 단단한 어깨는 잔인하게 나를 짓눌렀다.
이제는, 내가 울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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