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랑 결혼하려던 건 아이가 필요해서였습니다.”
세상이 망했다.
덕분에 내 약혼자였던 남자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저랑 결혼하려던 이유가 정말 아이 때문이었어요?”
“예. 그리고 당신이 가졌던 돈이 필요해서요.”
뻔뻔하게도 말하는 약혼자의 말이 새삼 아프게 느껴져서.
“성녀님께서 그러더군요. 당신이 이제 아이를 갖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그 말을 믿어요?”
“예, 적어도 당신 말보다는요.”
약혼자는 나와 함께 사고를 당했기에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가여운 이네스, 당신도 새 출발 하세요. 이전의 일은 잊으시고요.”
“…성녀님.”
“세상에 남자는 많답니다.”
내가 죽어있던 1년 동안,
기억을 잃은 약혼자는 성녀와 연인이 되어 있었다.
*
그래서 더는 안 되겠어서 그들을 떠났다.
“아이는 없어도 됩니다. 그때 일은 실수였습니다.”
약혼자는 기억을 찾았고.
“저는 당신이 없어도 돼요.”
“그저 시키는 대로 말했던 것뿐입니다!”
나는 그에게 눈곱만큼의 애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기억을 잃어서 그런 겁니다. 그건 제 진심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변명에도 가슴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했다.
“당신 진심이 어떤지는 궁금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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