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흑막의 존재감 없는 아내가 되었다.
존재감은 없어도 돈은 많았다.
남편의 관심 따윈 필요 없고, 나도 이제 플렉스하면서 살 생각이었다.
“저어... 이번 외출은 나가면 언제 돌아오실 건가요?”
“당신이 알 필요 없지 않나.”
찬바람 쌩쌩 부는 남편은 나만 공작저에 둔 채 며칠을 나간다고 한다.
좋아! 나 혼자 호화로운 삶을 즐길 기회다!
그런데...
“콜록! 콜록!”
내 두 손에 묻은 것은 피였다.
빌어먹을 전생의 병을 여기까지 달고 와 버렸다.
이미 무심하게 가 버린 줄 알았던 남편이 나를 돌아봤다.
남편의 시선이 피묻은 내 손에 꽂혔다.
젠장, 이러다 병약하다고 쫓겨나는 거 아니야?
***
“오늘 약은 챙겨 먹었나?”
흑막 노릇을 하려면 할 일도 많을 텐데 남편은 나가지를 않는다. 대신 내 침대 앞에 자리까지 잡고 앉았다.
“아, 맞다! 지금 먹어야겠어요. 하하, 하마터면 죽을 뻔.”
남편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어차피 내 목숨인데 왜 이렇게 화가 났담.
“앞으로는 잘 챙겨 먹을게요.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가서 네 할 일 하렴.
남편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아프면 내가 아무것도 못해.”
그는 직접 알약을 꺼내 기침하는 나의 입 안으로 쏙 넣어 주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옆에 붙어서 챙겨줘야겠어.”
그가 귀에 속살거렸다.
혼자 금수저 라이프를 즐기기는 커녕 감금당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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