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판잣집.
벽채로 쓰인 나무판은 비바람에 지쳐 옹이 자리마다 뚫려 있고, 마르고 젖기를 반복해 가벼운 손짓에도 부스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나무 경첩이 부서진 문은 안을 다 가리지도 못한 채 흔들리며 삐걱거렸다.
문 위에는 희미해져 알아보기도 힘든 글자가 적힌 간판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용하리 만큼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그나마 보이는 끝 글자가 루(樓) 자와 닮아 보이니 아마도 술집이었던 모양이다.
새벽 어스름 끝자락에 문 안으로 어지럽게 널린 술병들과 질서 없이 놓인 탁자와 의자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헌데 이상한 것은 산속의 외딴곳임에도 밤 벌레의 울음소리조차 없이 고요하다는 것이다.
아니, 고요하다기보다 음음(陰陰)하고 적막(寂寞)했다.
마치 죽음의 시간이 내려앉은 듯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다.
사박, 사박, 사박.
너무도 조용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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