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형이잖아요.”
“뭐?”
“본부장님이 불쌍해서 가지고 노는 인형. 아닌가요?”
“아냐. 그건 그냥…….”
“상관없어요. 틀린 말도 아니니까요.”
“네가 날 보고 웃어 주면 좋겠어. 이하준. 내가 원한 건 그냥 그거 하나였어. 미안해. 내가…… 내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채서 미안해.”
***
저를 힘겹게 몰아치는 세상 모든 것에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감정을 지워내고 인형이 되어 버린 여자, 이하준.
늘 무감각해 보이기만 하는 하준이 미치도록 신경 쓰이는 남자 김이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그날 밤 이후, 밀랍 인형 같은 여자는 어떻게 된 게 마주칠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것도 매번 다른 방식으로.
다음번에는 또 어떻게 날 놀라게 해 주려나?
이현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그날, 왜 그냥 가버렸어요?”
“부담스럽습니다. 비켜주세요.”
언제 떨었냐는 듯, 또다시 밀랍 인형처럼 표정 없이 말하는 하준의 모습에 이현이 입술을 끌어 올렸다.
“그런 표정 지으면 위험해. 이상하지? 예쁘게 웃는 것보다 이하준이 그렇게 딱딱한 표정으로 로봇같이 말하는 게 더 돌아버리겠으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준에게 다가왔다. 뺨이 델 듯, 지척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이 하준의 심장을 간질였고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지금부터 키스할 거니까 싫으면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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