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입 [선공개]

틈입

“우리, 아이를 만들자.”
도혁의 말에 은수는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의미예요?”
도혁은 넥타이를 풀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난 이혼하기 싫고, 우린 부부야. 그리고 부부에겐 아이가 필요해.”
단순한 수학 문제를 푸는 듯한 말투였다.
은수는 작게 헛웃음을 내쉬었다.
그가 원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제 몸일 거다.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핑계로 손쉽게 몸을 취하려는 수작.
잘됐다 싶었다. 몸이 달아 있으니 원하는 걸 주면 말이 쉽게 통할지도 몰랐다.
“네. 그래요. 근데 그전에요.”
곧장 파우더 룸으로 향했던 은수가 얄팍한 서류 봉투 하나를 가져왔다.
“여기 서명 먼저 해 줘요. 그럼, 할게요.”
도혁이 서류를 들춰서 종이를 꺼냈다.
이혼 신고서.
이미 은수가 채워야 하는 부분은 빠짐없이 정갈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딴 건 또 언제 준비했어. 치워.”
“그럼 저도 못 자요.”
은수가 강경하게 대꾸했다.
교환 조건이 참 같잖다. 들어주지도 않을 걸 포기도 모르고 들이미는 채은수도 우스웠다.
“어림없어.”
도혁은 한없이 건조한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섰다.
그가 그 후로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될지도 모르고.
.
.
.
느닷없이 함부로 들어오는 마음에 관하여, <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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