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였느냐?”
은현군 창의 목소리가 한껏 숙인 예담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어찌나 선득한지 그녀는 등골이 서늘했다.
“소, 송구합니다.”
"앵무새 같은 말은 집어치우고. 조금이 아니라 많이 긴장해야 할 것이다. 궁궐에선 누구든 웃전을 대할 때, 아주 사소한 태도라도 불경과 불충이 될 수 있으니.”
“예……!”
“네 주인은 나임을 뼈와 살에, 가슴과 머리에 새겨야 할 것이다.”
좌르르, 물소리가 났다. 순간, 예담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시선을 들었다.
어, 어, 어억!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 포갠 손을 떨지 않기 위해 힘을 주던 그녀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물을 가르며 몸을 일으킨 창이 성큼, 긴 다리로 욕조를 나왔다.
차갑고 까칠하며 때론 비정한, 그러나 간혹 젖은 뒷모습이 더없이 쓸쓸해 보이는 남자와 미처 녹지 않은 흙과 잔설을 비집고 정월 지나 가장 먼저 피어나는 설연화(복수초)같은 여자의 맵고, 짜고, 달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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