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버시 인연[단행본]

가시버시 인연

“자네 이름은 기억하는가? 나이는 몇인가?”
“모르겠습니다.
“이보게. 일단 이름을 무화(無花)라 하면 어떻겠는가?”
“이름 없는 꽃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자네 인물이 상당하구먼.”
“차라리 알 수 없는 계집이란 뜻으로 무화(無嬅)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리.”
“응? 그럼 이 글자는 어떤가? 아리따울 무(娬) 말이네.”
계집아이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계집아이가 웃자 창백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무화는 말을 타고 있던 여러 사내중 젊고 고귀한 느낌의 젊은이와 계속 눈이 마주쳤다.
뚫어져라 보는 그 눈빛이 민망하였지만,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기에 절로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청년 임금께서는 좀 더 말을 나누고 싶었지만 돌아서야 했다.
다만 뚝섬이라는 말과 무화라는 말을 머리에 새기고 길을 재촉했다.
궁문 가까이 다가선 임금의 뇌리에 그제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뿔싸. 눈앞에서 보고도 지나쳤구나.’
임금께서는 두고두고 마음에서 무화라 불렸던 처자를 놓지 못하고 애석한 마음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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