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와 같이 있었다며?”
정략이지만, 조금은 다를 줄 알았던 결혼.
하지만 시작부터 어긋나 버렸다.
“네가 그 남자와 어떤 사이인지 알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무슨 짓을 저지른지도.”
귓가를 파고드는 서늘한 목소리에 몸을 움찔할 새도 없었다.
“이 시간 이후로 그 새끼랑 또 얽히는 일만 없으면 돼.”
경고하듯 읊조린 말이 무색하게 파국은 서둘러 찾아왔다.
“아이를 가졌어요.”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건욱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당신 아이예요.”
믿어 달라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에 그는 무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네 배 속에 든 아이가 내 새끼일 리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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