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색하지 않아? 나는 강모야……. 아직은 좀 어색해. 하루아침에 포지션 변경? 어려워. 그런데 넌 뭐가 그렇게…… 쉬워?”
“쉬워 보여?”
불현듯 강모의 목소리가 심해 깊숙이 내려가나 싶더니, 그의 검지가 서희의 턱에 닿았다.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얼굴을 위로 들어 올린 강모가 서희의 두 눈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쉬웠으면 서희야, 이미 넌 지금쯤 내 아이를 낳았을 거야.”
서희의 당황한 눈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너, 너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처음부터 여자였던 널, 내 옆에 두고도 표현 한번 못하고 등신같이 겉돌기만 했던 시간이 무려 십수 년이야. 나 이제 그렇게 안 해. 아니 못 해. 너 흔들리는 거 봤으니까. 너한테도 나, 남자일 수 있다는 거 알았으니까, 이제 겉도는 건 그만할 거야.”
“…….”
너무나 단호한, 결심과도 같은 강모의 말에 서희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여전히 헷갈리면 넌, 그냥 그대로 있어. 내가 갈게. 네가 우리 사이에 부지런히 쌓아두는 모래성, 까짓 허물고 내가 간다고. 이제 내 포지션은 완벽해.”
평생 네 곁을 지키게 될 사람.
“지금은 백서희의 완벽한 애인 자격으로, 더는 네가 헷갈리지 않게 해줄게.”
초가을의 밤공기처럼 서늘하고 깨끗한 강모의 두 눈이 서희의 입술에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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